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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빛의 전사 실종 사건

본 글은 위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이 81시간의 점검시간 동안 빛전(유저)들이 접속하지 못하는 것을 파판14 세계관 내의 빛전이 실종 + 찾아봤자 긴 수면(not 영면)으로 상상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6.0 효월의 종언 메인 스토리 이후의 내용을 다루기에 스포에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빛의 전사=플레이어 라는 생각으로 작성되기도 하여 약간의 메타발언이 들어갑니다.빛전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시점...을 생각했습니다만, 그 누군가는 딱히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읽고 계신 분들이 상상하는 분들의 시점으로 바라본 빛전실종사건은 어땠을지 궁금해지네요. 상상한 것이 있다면 부디 말씀해 주세요ㅎㅎ 저도 듣고 싶습니다. 미숙한 글임에도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6즐거운 모험되세요. 9


 

 

" 당분간 만나지 못할 거야. "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테니 아무리 오래 걸려도 날 찾지는 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험가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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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혈맹의 모험가이자 에오르제아의 영웅이기도 한 그는 하늘이 맑았던 어느 좋은 날,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놀라거나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가 말 한 당분간은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그들은 모른다. 모험가는 그 시간마저 정확히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그것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남아있어서 대충 언제쯤에 돌아오겠거니 하는 추측에 가까웠다. 그 말을 들었던 새벽의 혈맹은 제1 세계에 있었을 때의 일을 떠올린다. 산크레드는 5년을, 위리앙제와 야슈톨라는 3년을, 알피노와 알리제는 1년의 시간을 모험가 없이 보냈던 적이 있다. 그라하 티아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그리 지냈었지.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결론을 내자면, 그들은 그 시간을 아무런 별 탈 없이 보낼 수 있다. 당분간이라고 해도 얼마나 길겠거니 하면서.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것을 떠올린다. 그동안 모험가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던 적이 있었던가, 하고. 

 

그 말을 들었던 모든 이들은 모험가가 에오르제아에서 사라진 날에도 그들이 하고 있던 일을 이어갔다. 링크펄로 연락해도 받지 않아서 " 만나지 못한다 "고 했던 그때가 오늘부터겠거니, 하며. 샬레이안에 남아있던 현자들은 탐구를 계속했고, 라자한에 있던 이들은 각자의 일상을 보냈다. 갈레말드에 간 쌍둥이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곧 돌아올 테니까.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모험가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고 친다면 있을 수도 있겠다. 순간의 밤처럼 다가왔던 종말을 걷어내 새벽빛을 비추었다고 한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 새벽은 외부적으로 해산하였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쌍사당, 불멸대, 흑와단은 물론 알라미고와 이슈가르드, 쿠가네 등등 각 지역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는 서신을 보내왔다. 이것은 곧 에오르제아를 지켜냈던 영웅을 찾는 소리가 되었다. 아이테리스에서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에게 영웅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던걸까? 모험가인 그는 어떻게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왔을까? ...아마도, 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 왔기 때문에 영웅이라고 불리지 않을까. 

 

그러나 영웅이 했던 일을 새벽이 하지 못 할리가 없었다. 애초에, 모험가가 없었을 때 그 일들을 맡아서 해결하던 사람들이 새벽의 혈맹이었으니 못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들은 그들 본인이 잘하는 것을 응용하여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각 지역에 도움을 주었다. 그 모든 일들을 얼추 끝내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쯤은 꽤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아마 마지막으로 끝낸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험가가 떠난 지 대충 한 달쯤 된 날이겠지. 몇 사람은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라하 티아가 제1 세계에서 모험가를 부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때처럼. 그들은 생각했다. 모험가는 사라지기 전, 자신을 찾지 말라는 말을 남겼던 이유는 아마 그들도 찾지 못하는 곳에 떠났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모험가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그들이 함께 했는데 과연 발자국 찾지 못할까? 그들은 모험가의 흔적 한 조각이라도 찾기 위해 모험가가 지나쳐갔을 법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르도나에 위치한 돌의 집에서 타타루는 만들던 것을 잠시 내려두고 종이와 펜을 들었다. 그저 모험가를 찾기 위해서. 타타루는 모험가가 제1 세계로 넘어갔던 그 때나 종말을 막아내었던 그때도 모두와 함께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모험가는 새벽과 함께 그 기다림에 다가와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모험가를 기다려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모두가 아니고 모험가 한 사람이기에 기다리는 것에 부담은 덜했으나 모든 걱정이 모험가를 향했으니 애가 타는 것은 더해졌다. 그들과 함께했던 모험가이기에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기약 없는 약속과 비슷한 느낌일까? 마침 돌의 집에 들렀던 쿠루루는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타타루와 함께 각 국가에 서신을 보냈다. 림사 로민사, 그리다니아, 울다하는 물론이고 이슈가르드와 쿠가네, 알라미고까지.


림사 로민사에 있던 멜위브 블루피쉰은 서신을 받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울다하에 있던 나나모 울 나모와 그리다니아에 있던 카느 에 센나 역시 이 사건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했다. 세 국가가 마주했던 야만신과 야만족의 문제나 각 국가가 품고 있던 개인적 문제들도 끝을 달려갔다. 새벽의 도움으로 신도화 되어있던 야만족은 거의 없었고, 신도화가 되었던 사람들도 풀려났다. 세 국가에서 발생한 위신수의 문제도 모험가의 활약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거짓된 신에게서 벗어나게 해 주었던 모험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건 그들에게도 꽤 곤란한 일이다. 그들 개인으로는 모험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소식은 못 본 척 무시할 수 없었겠지. 국가를 다스리는 그들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일을 함께 해결해 주었으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을 도와 모험가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으로 백성들을 생각해야 했다. 만약 모험가를 찾기 위해 불멸대와 쌍사당, 흑와단이 움직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 모습을 본 일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품을까? 에오르제아의 영웅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닥쳐올 여러 문제 상황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혹은 앞으로 영웅이 없는 에오르제아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아마 모험가는 그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쉽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모아 답신을 보냈다.

 

이슈가르드에서 서신을 받은 사람은 아이메리크 드 보렐, 아이메리크 총장이다. 이슈가르드는 야만신 나이츠 오브 라운드를 토벌하고, 용과 화해함으로써 천년동안 이어온 전쟁의 끝을 현실이 되도록 이끌었다. 이후, 종말과 함께 찾아온 위신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귀족과 일반 백성들의 문제도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은 모험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아이메리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타타루에게서 온 서신을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냐고 한다면, 그 역시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험가가 가끔씩 지고천 거리를 드나들때마다 자신의 친구가 먼 곳에서부터 보내준 푸른색 인형탈을 쓴 채 마주치곤 했지만 - 어째서 그때마다 만나게 되는지는 의문이 들 정도라는 잡생각이 스쳐지나간다. - 그 만남도 한 달 전이라는 시간이 이미 지났으니 말이다. 아이메리크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펜을 들어 답신을 보냈다. 아이메리크는 아마 이슈가르드 내에서 공개적으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모험가의 그림자를 닮은 누군가가 한 손에 보랏빛의 꽃을 피우며 기다리고 있을지도. ...아니, 기다리다 지쳐 본인이 직접 찾아갔을 그때처럼 본인이 움직이는 것이 빠를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림자는 그림자 주인되는 사람과 붙어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알피노 르베유르는 잠깐 시간이 난 사이에 커르다스 중앙고지를 방문했다. 방문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 역시 모험가의 흔적 한 조각을 찾기 위해서. 모험가는 자신의 맹우를 잊지 못하는 듯했으니 말이다. 본인도 마찬가지이긴 했으나, 모험가에게는 더 특별했지. 커르다스 중앙고지는 언제나처럼 눈바람이 흩날렸지만 결코 춥지는 않았다. 하늘이 맑았다. 이곳은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었다. 커르다스 중앙고지의 하늘이 아주 맑은 날이면 그곳에는 이슈가르드 성도가 아주 잘 보이고는 했다. 향하던 곳이 한두 번 와본 걸음이 아니라는 듯 익숙한 걸음을 이어가면, 프란셀 드 아유나르트가 먼저 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알피노는 프란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프란셀이 뒤로 돌아 그를 마주치면 그는 프란셀에게 안부 인사와 함께 모험가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나 프란셀 역시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남들과 똑같이 한 달 전 즈음에 이곳을 방문했다는 점. 그는 모험가의 흔적 하나 찾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워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것도 잠시, 이곳에서는 다른 이가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뭐, 아주 좋은 기사인 그라면 모험가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분명 금방 돌아올 거라며 찾기보다는 이곳에서 한 발자국 떼지 않고 기다렸겠지. 돌아오면 눈의 집에서 코코아 한 잔과 아주 좋은 미소와 함께 맞이해 준다거나... " 하지만 걱정하는 것만이 친구의 도리는 아니지. 네가 돌아올 것을 믿고 있어. "  알피노는 금세 웃는 표정을 지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곤 작별 인사를 건네어 알리제가 기다리고 있을 갈레말드로 돌아갔다.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니메이아 백합을 한 송이 가지고 오는 게 좋겠다는 짧은 미련 한 점 남기고.

 

알라미고와 쿠가네에서도 서신을 받았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알라미고와 쿠가네에 발을 들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는 것 같다. 아마도 한 달이 넘는 시간. 모험가가 알라미고와 쿠가네에 들를 이유가 없었나? 그들은 모험가의 생각을 알지 못하기에 어떠한 정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건 나 또한 그러했다. 모두의 힘으로 전쟁에서 이겨 제국에게서 자유를 쟁취해 해방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해방되는 것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것은 당연하게도 모험가였다. 해방 이후 알라미고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나, 제국에 의해 부서진 건물들을 재건하는 것은 모험가의 몫이 아닌 그곳에 남기로 결정한 이들의 몫이다. 모험가가 이곳에 발을 들이는 날이 온다면 여행으로 혹은 떠오른 얼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받은 도움이 있다면 돌려줘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행콕은 모험가의 모습을 한 사람이나 소식이 들려오면 바로 서신을 보내겠다는 말을 건넸다. 알라미고에 있던 리세와 라우반 역시 그리 말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샬레이안에서, 쿠루루는 타타루와 함께 서신을 모두 보낸 이후에 발데시온 위원회로 발걸음 했다. 그곳에는 그라하 티아가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쿠루루를 반겼다. 좋은 소식이 있냐는 물음에 쿠루루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인지 그라하 티아의 귀와 꼬리가 조금 내려간 것 같다. 쿠루루는 그런 그에게 " 그래도, 금방 돌아올 거야. " 라며 위로해 주었다. 그 말 한마디로 기운을 다시 차릴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그렇게 믿고 있기로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책을 잠시 내려두고 기지개를 쭉 켰다. 모험가가 다시 돌아오면 또 다른 여행에 데려다주겠지. 만약 개인 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도 조그만 모험담을 들고 이곳을 방문해 주기를 기다려야지. 누가 전해주는 영웅담이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까. 아직 약속이 남아있잖아? 쿠루루는 자기만의 상상에 빠진 그라하를 보며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자, 그럼 하던 일을 마저 이어갈까? 그들은 작지만 넓은 방에서 언제나처럼 모험가를 기다리기로 했다.

 

에스티니앙은 소식을 듣고 나서도 변한 점 하나 없이 라자한에서 지내고 있었다. 바르샨은 저번에 그에게로 온 연락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으나, 에스티니앙은 모험가 녀석이 또 어디로 가버린 것 같다며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바르샨은 그럼 찾으러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또한 모험가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정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에스티니앙은 바르샨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덧붙였다. 이런 기다림정도야 그에게는 익숙했지. 모험가가 제1 세계에서 다 못한 여행을 하고 있을 동안 에스티니앙은 원초세계에서 자기 할 일을 이어갔던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여겼다. 다만 바르샨이 생각하기에 조금 의외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사라지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라자한에 자주 방문하여 여러 물건들을 거래하였다는 것일까. 도통 무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험가는 때때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무슨 준비라도 하는 건지 매번 어딘가를 다녀와서 많은 재화를 거래하는 일이 잦았으니 말이다. 갑자기 이렇게 사라져 버릴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하던 일을 이어가며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타타루의 앞으로 돌아온 답신의 내용 또한 그러했다. 도와줄 수 있는 점이 없다는 점,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돌아올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것, 그때까지 영웅이 사라진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리가 신경을 더 써보자는 것 등등... 여러 가지 위로의 말과 함께 현실의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말. 그녀는 받은 답신을 정리하여 책상 한 편에 내려놓았다. 굳게 닫혀있던 돌의 집의 문을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프라민이었다. 프라민은 작은 꽃다발 하나를 들고 찾아와서 타타루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서신들을 번갈아 보다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모험가가 걱정되냐 물었다. 타타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프라민은 우울해하는 타타루에게 모험가를 찾는 방법은 전해주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프라민 또한 모험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프라민은 타타루의 옆에 와서 책상 위 빈 꽃병에 꽃다발을 꽂았다. 대화 주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려 하는 타타루는 다른 꽃들과 함께 꽂혀있던 하얀색 꽃에 대해 물었다. 프라민은 이 꽃의 이름은 에델바이스라 대답했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그날 뒤로 한 달 하고도 몇 주가 더 지난 이후의 어느 날, 모험가는 라자한에 얼굴을 비췄다. 모험가는 어느 때와 똑같이 가지고 있는 재화를 교환했다. 상인은 그를 웃는 얼굴로 맞이했고 꽤 오래 못 봤던 것 같은데 어디 좋은 곳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왔냐는 물음에, 모험가는 잠깐 의문을 가졌다. 여기에 오지 못한 지 나흘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그렇게나 오래 지났냐고. 얼마나 좋은 곳에 갔으면 그렇게 짧은 시간이라고 느껴질 정도일까, 다음엔 소개해달라는 상인의 말과 함께 짧은 대화가 끝났다. 모험가는 초인종을 통해 집사를 불러 얻은 재화를 집사에게 맡기고 곧장 샬레이안으로 향했다. 샬레이안의 날씨는 어느 때와 똑같이 맑았다. 푸른 하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모험가는 그곳의 장터에서 무언가를 살피다가 그 앞에서 한참을 멍 때렸다. 그 모습을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한 현인은 한동안 안 보이는가 싶더니 또 여기서 죽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쿠가네, 알라미고, 이슈가르드, 그리다니아와 울다하, 림사 로민사에서 짧게 얼굴을 비추는가 싶더니 마지막으로 모르도나에 발걸음 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니, 발견한다고 해도 그것을 따로 입 밖으로 말할 사람이 있었을까? 모험가가 없는 사이 새벽의 혈맹과 각 나라의 사람들은 모험가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모험가는 그것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할 수 있겠지 하고 맡기고 갔을 수도 있다. 모험가가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남아있던 빛의 전사와 같이 영웅이 되어 나타나기 전의 새벽의 혈맹이 각 나라의 문제를 해결했듯이.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오늘을 비춘다. 사람들은 모험가가 자리를 비운 두 달 하고도 조금 더 지난 시간 동안, 언제나처럼의 일상을 살고 있었다. 모험가는 자신이 없고 나서 돌아온 이후의 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각 나라를 둘러본 것이 아니다. 그저, 이곳에 발걸음 하고 지나가는 길이었으나 우연히 그리 되었겠지. 모험가는 매번 그렇게 우연을 이어 기적을 일으키고는 했으니 말이다.

 

아, 그래. 그의 모습을 마저 더 지켜보자면 모험가는 돌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타타루가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돌의 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모험가가 모습을 비추면 타타루는 모험가를 향해 달려왔다. 모험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놀랬는지, 그동안 도대체 어디를 가 있었길래 이렇게 자리를 오래 비웠는지 등등, 여러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것에 능청스레 웃어넘기면서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해 주겠다고 말했다. 타타루는 다시 말을 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알렸냐고 물었다. 모험가는 그제서야 링크펄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그들이 기다려 마지않던 목소리가 반기자 동시에 링크펄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들려왔다. "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찾지 말라고는 했지만, 숨바꼭질도 이렇게 오래 하지는 않아요. " 모험가는 야슈톨라의 말에 많이 늦어버려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와 잔소리는 이미 타타루에게 많이 들었으니 천천히 이야기하자는 말을 남기며 - 미안하면 다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 알리제의 목소리가 끊겼다. 링크펄을 꺼버린 모양이다. 저 멀리서 산크레드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그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책상 위에 올려진 꽃병을 보며 물어왔다. 떠날 때에는 보지 못한 꽃다발이었다. 최근에 꽂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나 오래 피어있는 것이 참 대단하구나. 한참을 시선에 담아두다가 말을 꺼냈다.

 

" 이 꽃다발은 누가 준 거야? 아직도 활짝 피어있고. "

 

" 아, 그 꽃이용? 프라민 님께서 주고 가셨어용. 정말 이쁘지 않나용? 이 꽃은 에델바이스라는 꽃인데, 분명 꽃말이... "

 

" 소중한 추억. ...그렇지? "

 

한 달 전, 프라민은 돌의 집에 들렀을 때 서신을 정리하던 타타루의 옆에 와서 책상 위 빈 꽃병에 가져온 꽃다발을 꽂았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다. 모험가와 그를 기다린 이들에게 나름 어울린다면 어울리는 꽃말이 아닐까? 프라민은 다른 사람들이 모험가와 재회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꽃을 들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재회하지 못한다고 해도 모험가와 함께했던 모든 날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험가는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 속에 살아 존재하였고, 수많은 나날을 지내오며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 모여 지금이 되었다. 모험가가 정말로 사라졌다면 빛의 전사라는 이름에 맞게 한 줌의 빛처럼 사라진 이가 되었겠지. 에오르제아를 구하고 어두운 밤을 걷어내 새벽빛을 안겨주었으니 어울리지 않는가? 그리고 모험가는 그 모든 걱정들이 무색하게끔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잘 된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 모험가와 함께 한 추억을 되짚으면서 돌아오는 것을 믿고 있었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모험가라면, 그들과 길면 길었던 시간을 지냈던 모험가라면 분명히 돌아올 거라고. 만약 그들에게 모험가와의 추억이 없었더라면 그 모든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을까?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것을 알면서도 모험가를 찾아 나서지는 않았을까. 모험가가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순간은 그들에게 추억으로 새겨졌다. 그 추억은 곧 모험가를 이루는 한 가지 조각이 되었고, 신뢰의 증표가 되어주기도 했다. 확정 짓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모험가를 신뢰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모험가와 지나왔던 추억과 함께 재회를 맞이했다.

 

타타루는 마지못해 웃었다. 모험가는 그 모습을 보며 마주 웃었다. 돌의 집에서 자그만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웃음을 끝으로, 모험가의 행방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아주 먼 곳에서는 커튼콜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해본다.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et me.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 The Sound Of Music, Edelwe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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